티스토리 뷰

반응형

다큐 공감 269회 다시보기

방 송 제 목 : 다큐 공감 269회

방 송 정 보 : KBS1 다큐멘터리

방 송 시 간 : 토 오후 7시 10분에 방송

 

 

☞ 다큐 공감 269회 다시보기 ☜

자식이 뭐인고

■ 방송일시 : 2018년 10월 6일(토) 저녁 7시 10분 KBS 1TV

■ 프로듀서 : 송대원

■ 연출 : 김세건, 조교빈

■ 작가 : 이용규

■ 제작사 : ㈜알파타우러스

■ 내레이션 : 배우 박준규

“자식이 뭐인고.”

어머니가 불쑥 내뱉은 이 한마디가 우리들의 가슴을 조여 온다.

인생의 모든 목표를 오로지 당신이 낳은 ‘자식’에 두고 살아온 사람들.

그래서 자식 때문에 울고, 웃고, 자식 때문에 넘어지고, 일어섰던 사람들.

그렇다면 자식들은 과연 ‘어머니란 뭘까’란 생각을 하고 사는 것일까.

이 시대 우리 어머니들의 삶보다 다사다난했던 경우도 없을 것이다.

일제의 압박과 전쟁의 아픔, 보릿고개로 회자하는 지독한 가난과

그 가난을 어떻게든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 자식들을 공부시켜야만 했던 인생.

그리하여 성장한 자식들은 대부분 도시로 떠나버리고

고독하게 고향마을에 홀로 남은 어머니들.

시골마을 어머니들에게 이야기를 청하면 으레 하시는 말씀이

‘내 가슴에 책 몇 권이 들어있다’는 말씀이다.

이번 프로그램에선 이 어머니들을 찾아 경남 거창의 한 시골 마을을 찾는다.

오늘날처럼 교통이 발달한 시대에도 쉽게 찾아갈 수 없는 외진 마을.

어머니들의 인생만큼이나 굽이굽이 돌고 돌아 닿을 수 있는 마을.

아직도 아궁이에서 올라오는 밥 짓는 연기가 있고

돌담 따라가면 뒤란처럼 정겹게 펼쳐진 산밭이 있는 마을.

그러나 평화롭기만한 이 마을 어머니 인생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면

가슴 속 견고하게 굳어있는 응어리들이 있다.

꽃다운 나이에 시집와 평생 다랑논과 산밭을 일구며 살아온

어머니들의 인생자서전!

과연, 그 인생자서전 속에 등장하는 자식은

어떤 의미일까. 


                                                          ▶ 젊을 적엔 사람들이 나보고 <복숭아꽃처럼 예쁘다> 그랬어.


손말순(80) 어머니가 화장을 곱게 한 다음 마을 뒤편에 있는 전답으로 향한다. 


시집온 뒤로 평생직장이 된 산밭.

산밭으로 향하는 능선에 접어들 때마다 만감이 교차한다. 

다섯 살 어린나이에 아버지를 여의고 아홉 살부터 연필 대신 호미와 낫부터

손에 쥐어야 했던 인생.

그래도 복숭아꽃처럼 예쁘단 소리를 귀가 닳도록 들었건만

어쩌다 산골의 산골이라 불리는 이 마을에 시집와 살게 됐다.

 남편은 군 복무중이라 혼례식장에도 참석 못했고

급기야 두 살 아래 시동생까지 세상을 뜨자 모든 게 <여자 잘못 들인 죄>란

굴레 아닌 굴레를 뒤집어써야 했던 어머니.

그런 어머니에게 유일한 낙은 자식이었다.

당신의 입에 넣을 음식이 있으면 자식 입에 먼저 넣고

변변히 읍내에 입고 나갈 옷 한 벌 없어도 자식 교복만큼은

가장 좋은 것으로 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이런 어머니로서의 마음가짐은 고생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젊을 적엔 시조부모에 시부모 시집살이,

시간이 지나선 자식 시집살이, 이어서 남편 시집살이까지

한 번도 자신을 위해 살아본 적이 없었던 손말순 어머니.

그래서 손말순 어머니는 요즘 들어 나이 여든에도 산밭으로 향할 때마다 화장한다.

 

                                                          ▶ 다시 홀로 남은 어머니의 집

 

꽃샘추위의 차가운 바람을 등에 지고 백우연(88) 어머니가 감자를 심는다.

홀로 고랑을 만들고, 비닐을 치고 씨감자를 심는 일까지 모두 해내자면

온종일 산밭과 씨름해도 시간이 부족하기만 하다.

여든 여덟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어머니가 이런 고생을 마다하지 않는 까닭은

오로지 여름철 찾아올 자식, 손자들에게 맛있는 감자 맛을 보여주고 싶어서다.


돌아보면 꽃다운 스물넷의 나이에 시집와

보이는 것이라곤 온통 산봉우리밖에 없는 이곳에서 산다는 게

어느 한 시절 호락호락했을까.

그렇지만 어머니는 자식들을 키우며 인생의 재미를 느낄 즈음

세 살 난 어린 딸 하나와 중학교 다니던 아들 하나를 잃고 말았다.

가진 것이라곤 전답 한 뙈기와 맨몸뿐이었던 어머니.

그래서 가난 때문에 병원 한 번 제대로 가보지 못하고 보낸 자식을

생각하면 지금도 밤잠을 못 이룰 정도로 가슴이 저며 온다.

“일이라도 하지 않으면 딴생각이 많이 나”


어쩌면 어머니는 땅을 일구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살아온 아픔을 달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렇게 50대에 남편을 먼저 보내고 자식, 딸까지 먼저 보낸 어머니.

그렇게 다난한 삶을 살았던 어머니는 오늘도 감자를 심고,

잠시도 손을 놀리지 않고 콩을 추리고 또다시 산밭으로 향한다.

한 발 한 발 더딘 걸음이지만

그 걸음마다엔 잃어버린 자식에게 닿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담겨있다.

 

                                                           ▶ 누군가의 ‘엄마’ ‘아내’ 로 불린 긴 세월

 

지팡이를 짚고 회관으로 향하는 백계순(86) 어머니.

마을 잔치가 열리는 날이건만 백계순 어머니는 고기 한 접시만을 챙긴 채

곧장 집으로 되돌아온다.

집안엔 거동이 불편한 남편이 있기 때문이다.

아흔에 가까운 나이건만 남편 걱정 때문에 외출 한 번,

잔칫집 한 번 제대로 맘 편히 다녀올 수 없는 지금.

생각해보면 평생 시집살이 인생이었다.

시어머니 시집살이, 자식 시집살이, 남편 시집살이까지.

단 한 번도 자신을 위해 살아보지 못했던 어머니는

그런 마음을 헤아려주지 않은 채 술을 벗 삼아 지내는 남편이 야속하기만 하다.


이처럼 ‘여자’이기보다 ‘어머니’였던 사람들.

평생 자신은 힘들어도 자식이 덜 힘든 세상을 향해 걸어온 우리의 어머니들.

그런 어머니들에게 남은 소원을 물어보면, 답은 한결같다.

“자식들에게 짐이 안 된다면 그보다 바랄 것이 없지요” ....

 

 

다큐 공감 출연자

 

반응형
댓글